중세 말과 근대 초 베네치아 공화국의 공중위생 제도에 대한 고찰
본 논문은 중세 말과 근대 초 베네치아 공화국이 확립한 공중위생 제도를 고 찰한다. 베네치아는 전염병의 발생 빈도가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였다. 베네치 아는 인명 손실뿐만 아니라 교역에 큰 지장을 주는 전염병을 효과적으로 통제 하고 관리하려고 노력을 기울였다. 베네치아 정부는 1423년 전염병 감염 환자 를 격리해서 돌보는 격리 병원을 설립하고 검역 제도(quarantine) 제도를 실행 했으며, 1486년에는 보건부를 도입했다. 보건부는 전염병 발생을 조기에 파악 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1504년 사망자 명부 작성을 도입했다. 하지만 베네치아 공화국이 중세 말과 근대 초 전염병을 통제하기 위해 확립 한 공중위생 제도에 관한 역사적 평가는 항상 일치하지 않았다. 동시대인 중에 서도 격리 병원을 지옥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반대로 훌륭한 치료와 위안을 받았다고 칭찬하는 사람도 있었다. 마찬가지로 후대 역사가들의 평가도 서로 다르다. 지금까지의 연구는 주로 전염병에 맞서려고 베네치아가 도입했던 제도와 정책을 성공과 실패라는 이분법적인 관점에서 분석했다. 반면 본 논문은 베네치아가 이런 제도를 도입하고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 겪었던 구조적 문제 점들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16세기 베네치아 공화국은 선구적이고 근대적 공중위생 제도를 확립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베네치아 공화국이 중세 말과 근대 초에 도입했던 격리 병원 및 검역 제도, 보건부 설립, 사망자 명부 작성, 공중위생에 공적 자금 투입 등 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베네치아의 사례는 근대 유럽 세계가 따랐던 모델이 될만했다. 하지만 공중위생 제도의 실제 운영을 어렵게 했던 구조적인 문제들이 있었 다. 그중에서도 부정확한 의학 지식과 베네치아 공화국의 경제적 이해라는 문제 가 두드러진다. 페스트에 대한 정확한 의료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이를 효과적 으로 제어하기는 기본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교역이 경제의 근간이었던 베네치아 공화국은 강력한 전염병 대응책이 교역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적극적인 조치를 주저했다. 여전히 보통의 베네치아 시민들은 종교적인 관점에 서 전염병을 이해하고 이에 대응했다. 베네치아의 사례를 통해 의학 지식뿐만 아니라 재정, 공중위생 제도에 대한 사회적 신뢰, 상업적 이해, 전염병을 바라 보는 사회문화적 인식과 태도 등의 요소들도 전염병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데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역사적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A Study on the Public Health System in the Republic of Venice in the Late Middle Ages and Early Modern Period
This paper examines the public health system established by the Republic of Venice in the late Middle Ages and early modern period. Venice was one of the cities with the highest incidence of epidemics. The city made significant efforts to effectively control and manage epidemics that not only caused loss of life but also severely disrupted trade. In 1423, the Venetian government established a lazaretto (plague hospital) to isolate and care for those infected with contagious diseases, implemented quarantine measures, and in 1486, introduced the Health Office (Provveditori alla Sanità ). To detect immediately the occurrence of epidemics, the Health Office began compiling death registers in 1504. However, historical evaluations of the public health system that Venice established to control epidemics in the late Middle Ages and early modern period have varied. Some contemporaries described the lazaretto as a hell, while others praised it for providing excellent treatment and comfort. Similarly historians’ assessments have differed. Previous research has primarily analyzed Venice's measures and policies to combat epidemics in a binary manner, focusing on success and failure. In contrast this paper aims to highlight the structural problems that Venice faced while implementing these systems and policies. The Republic of Venice in the 16th century can be seen as pioneering and establishing modern public health systems. This is evident as the measures introduced by Venice in the late Middle Ages and early modern period, such as lazarettos , the quarantine system, the establishment of the Health Office, death registers, and public funding for health, are still practiced today. Thus Venice’s example served as a model for the modern European world. However there were structural problems that made the actual operation of the public health system difficult. Prominent among these were inaccurate medical knowledge and the economic interests of the Republic of Venice. Without precise medical knowledge about the plague, it was inherently challenging to control it effectively. Additionally the Republic of Venice whose economy was heavily based on trade, hesitated to take strong measures against epidemics due to concerns about their impact on commerce. Moreover ordinary Venetian citizens continued to understand and respond to epidemics from a religious perspective. The case of Venice teaches us that in addition to medical knowledge, factors such as finance, social trust in the public health system, commercial interests, and socio-cultural perceptions and attitudes towards epidemics must all be considered for effective epidemic control.